두 달 전쯤 친구의 추천을 받아 청주의 한 카페에 다녀왔습니다. 하도 유명하길래 사진 찍기 좋은 인스타 감성 카페인줄만 알았는데 반전 매력에 홀딱 반했어요. 지하 1층은 카페 후마니타스, 지상 3층은 인문 아카이브 양림으로 구성된 건축물로, 2022년 청주시 아름다운 건축물 최우수상을 받았답니다. 건축미를 감상하기에도 충분한 이곳에 넘치게 있는 것을 바로 도서예요. 건축물, 도서, 커피,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문화복합공간이죠. 건축주는 건축을 전공했지만 인문학에도 관심이 많아 평생 수집해 온 인문학 분야의 장서를 널리 공유하고자 한옥 카페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문학, 역사부터 예술, 문화재 등 총 3만 여권의 책이 보관되어 있어요. 후마니타스의 뜻은 라틴어에서 유래한 '인간됨됨이', '인류애', '인간성'을 의미하는 말로 오늘날에는 인문학의 근간이 되는 개념으로 쓰입니다. 인문 아카이브나 후마니타스는 어쩌면 같은 의미네요. 인문 기록물들이 있으며 인문학의 근간을 이룰 수 있는 곳. 건축주의 가치관이 느껴지는 건축물이라 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한옥은 왠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나무가 주는 포근한 안정감 속에 탁 트인 풍경을 마주하고 있을때 자연이 보내준 바람에 집중하게 되지요. 고즈넉한 한옥 서가와 단정하고 모던한 현대적 카페가 함께 어우러진 공간이 우리에게 쉼을 줍니다. 건축과 자연, 책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운명같은 이 공간은 마치 미술관처럼 감상할 포인트와 동선이 있어요. 카페와 도서관 사이의 중정에 자리잡은 주산(柱傘)도 한 몫합니다. 이 조형물은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대목장 보유자인 이연훈 선생이 직접 치목 및 조립하셨어요. 오픈하자마자 핫플레이스가 된 양림&후마니타스는 넓은 주차장도 늘 만차가 될만큼 사람이 많이 찾아옵니다. SNS용 사진을 찍기 바쁜 사람들이 많아 조금 아쉬웠어요. 사진 잘나오는 한옥 카페로만 남지 않고 건축의 의미와 주봉저수지의 이야기들을 더 찬찬히 들여다보고 궁금해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양림&후마니타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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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깨비의 몇 개 안 되는 편식 메뉴였다. 비릿한 콩냄새도 싫고 걸쭉한 질감도 싫었다. 도대체 왜 말갛고 맛있는 소면을 이렇게 맛없는 콩물에 넣어먹는거지!!? 하지만 인생은 '절대'를 장담하지 말라고 했던가. 임신을 하고 난데없이 콩국수가 생각났다. 누가 먹는 걸 본 것도 아닌데 머릿속에 콩국수가 동동 떠다니고 심지어 입에 콩물맛이 나는 것 같았다. 한시가 급하게 엄마에게 콩물을 조달받았다. 쫄깃하게 헹궈낸 국수를 크게 말아 그릇에 올려놓고 콩물을 가득 붓는다. 반으로 가른 삶은 계란과 채 썬 오이를 한 줌 올린다. 소금을 투둑투둑 뿌려 국물에 녹도록 휘휘 섞은 다음 크게 한 젓가락 집아 먹으면 시원하고 고소하고 짭쪼름하니 너무 맛있다. 덜 녹은 소금을 와작 씹으면 계란을 베어 물어 간을 맞춘다. 아삭한 오이의 수분감이 콩국수를 더 부드럽게 만들고 식감까지 준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콩국수는 먹깨비의 최애 필수 메뉴가 되었다. 콩국수는 항상 소금파와 설탕파로 나뉘는 데 그 흰 가루를 따져 무엇하리. 소금과 설탕은 누구 집에나 있으니 입맛에 맞게 뿌려먹자.(하지만 설탕은 절대 안넣는 완강소금파 먹깨비) 갓 담근 여린 열무김치나 잘 삭은 작년 김장김치를 꺼내 함께 먹어도 너무 맛있다. 이 글을 마치고 엄마에게 전화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