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K의 신화 이야기를 잘 읽고 계신가요? 저 역시 매주 새로운 이야기들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번은 궁금증을 참지 못해, 에디터 K를 만나서 다음 에픽레터의 주제를 슬쩍 물어본 적 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K가 제게 새로운 코너를 맡아보겠냐고 제안하더군요. 고민을 했습니다. K와 같이 다양한 소재를 이야기 할 재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방향을 조금 다르게 설정해서 하나의 주제를 심도 있게 소개해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앞으로 소개할 내용은 굉장히 생소한 내용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곤 하는 절, 교회, 성당에서의 종교문화와 사뭇 다른 장면들이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교의 상징, 의미, 기능 그리고 종교를 만들어가는 인간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혹시 강원도 영동지방과 경상도 북부 지방에 퍼져 있는 민속의례 산멕이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직접 산멕이를 보기 전까지는 그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궁금증에 검색을 해보아도, ‘산멕이’, ‘산맥이’, ‘산막이’ 등등 명칭도 통일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이름이 다른 이유는 의례의 의미를 다르게 이해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산을 먹이는 것’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산을 막는 것’이라고 보기도 했습니다. 

 처음 산멕이를 접한 저는 산을 먹이는 의례일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근래에는 환경오염 문제로 많이 자제하지만, 옛날에 어른들과 산에 가면 꼭 고수레를 하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고수레는 산에 올라갈 때, 산신이나 산의 영(靈)들에게 안전을 기원하며 자신이 가져온 음식의 일부를 던져서 바치는 것이지요. 산멕이 역시 고수레와 마찬가지로 삶의 기반이 되는 산을 향해 모종의 의례적 기원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두 눈으로 확인하고, 참여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해한 산멕이는 고수레와 매우 다른 성격을 지녔습니다. 

 앞으로 자세하게 이야기를 할 것이기에 간략하게 줄여 말하면, 산멕이는 조상들을 모시고 함께 산에 놀러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놀러감’에는 유교적 효 관념에 기반 한 조상의례와 한국 신화에 기반 한 시원적 조상에 대한 관념 그리고 불교적 상징과 의례 등이 복합적으로 교차합니다. 앞으로 함께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산멕이의 한 순서인 <농사놀이> 중 한 장면. 한 남성 참가자가 여성의 분장을 하고 있다. 여성 참가자들은 머리에 촛대를 올리고 있다.

한복을 잘 차려입은 어르신들 앞에 나무와 짚으로 만든 무엇이 있다. 그것의 머리에는 소의 얼굴이 그려진 바가지가 씌여있다.

위의 사진들은 일상에서 볼 수 없는 모습들입니다. 사람들이 거적을 두르고 독특한 장식을 하고 있습니다. 혹은 제사를 지내듯 한복을 잘 차려입은 어르신들 앞에 신기한 물체가 있습니다.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사람들은 왜 이런 행동을 할까요? 또 이런 행동들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제기한 질문들을 품어두고 크게 세 가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덩어리는 두 눈으로 본 산멕이 이야기입니다. 산멕이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누가 주도하는지, 어떤 신들과 소통하는지를 소개하겠습니다. 다음 덩어리는 산멕이가 지닌 의미와 목적에 대한 소개입니다. 산멕이에 등장하는 다양한 신들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왜 불교 사찰인 절에서 왜  유교적인 위패와 복장을 이용해서 왜 민속종교의 신들과 소통하는지 등의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산멕이에서 만난 다양한 인간과 삶을 전달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