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다리기는 큰 줄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요. 이때 ‘줄을 만든다’라고 하지 않고 ‘줄을 드린다’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드린다’라는 표현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줄을 만들 때 높은 나무에 줄을 길게 늘어뜨리기 때문이기도 하고(드리우다), 줄이 신성하기 때문에 높임말을 사용한다고도 해요. 줄을 드릴 때는 여자의 접근을 막습니다. 여자가 줄을 타고 넘어가면 그 줄이 끊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재밌는 건, 여자가 줄을 넘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신이 함께 있답니다. 그래서 밤이면 줄을 넘으려는 여자와 이를 막으려는 보초 사이에 치열한 신경전이 있었다고 하네요. 상상만 해도 꿀잼이에요.
줄 드리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줄다리기가 시작됩니다. 앞서 전통 줄다리기에 암줄과 수줄이 있다고 말씀드렸죠. 두 개의 줄 앞 부분에는 올가미 모양의 ‘도래’가 달려 있습니다. 수줄의 도래를 암줄의 도래에 넣고 둘 사이에 긴 나무 빗장을 꽂아 연결해야 본격 줄다리기를 할 수 있어요. 암줄과 수줄의 교합 과정이 남녀의 성(性)적 결합을 은유합니다. 수줄은 덤벼들고 암줄은 이리저리 피하는 모습이 연출되는데, 이 모습을 보며 주위에서는 큰 웃음이 터집니다.
마을 사람이 모두 모이는 행사에서 이런 모습이 연출되는데 남사스럽다 생각하실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은 아닙니다. 남녀의 교합으로 아이가 태어나는 것처럼, 암줄과 수줄의 교합으로 농사가 풍요롭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으니까요. 교합이 끝나면 기혼 남자는 수줄 쪽에, 여자와 어린이, 미혼 남자는 암줄 쪽에 붙여 줄다리기를 하는데요, 줄다리기에서 암줄이 이기는 것으로 끝납니다. 암줄이 이겨야 농사가 더 풍요롭다 믿었기 때문이에요.
길마재 줄다리기는 밤에, 묘지 앞에서 이뤄지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마을이 도시화 되고 토박이가 사라지면서 우리의 오랜 풍습 또한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수원 스타필드를 즐기시면서 길마재 줄다리기 또한 기억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문화 큐레이터 새미 드림